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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감상평

보통의 존재

서점에서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라는 노란 책을 읽었다. 남조교오빠가 예전에 올린 책 내용을 보고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던 책이었다. 긴가민가 했는데 언니네 이발관 멤버였다. 언니네 이발관 노래 중 아는 거라곤 '가장 보통의 존재' 하나 뿐인데, 너무 밋밋하고 단조로워 다소 재미없고 그저 냉소적일 뿐 희망도 없다고 생각했다.

​당신을 애처로이 떠나보내고
내가 온 별에선 연락이 온지 너무 오래되었지
아무도 찾지 않고 어떤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을 바라며
살아온 내가 어느날 속삭였지 나도 모르게

이런 이런 큰일이다 너를 마음에 둔게

당신을 애처로이 떠나보내고
그대의 별에선 연락이 온지 너무 오래되었지

너는 내가 흘린 만큼의 눈물
나는 니가 웃은 만큼의 웃음
무슨 서운하긴, 다 길 따라 가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먼저 손 내밀어 주길 나는 바랬지

나에겐 넌 너무나 먼 길
너에게 난 스며든 빛
이곳에서 우린 연락도 없는 곳을 바라 보았지

이런 이런 큰일이다 너를 마음에 둔게

평범한 신분으로 여기 보내져
보통의 존재로 살아온 지도 이젠 오래되었지
그동안 길따라 다니며 만난 많은 사람들
다가와 내게 손 내밀어 주었지 나를 모른채

나에게 넌 허무한 별빛
너에게 난 잊혀진 길
이곳에서 우린 변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었지​
​​

이런 이런 큰일이다 너를 마음에 둔게
이런 이런 큰일이다 나를 너에게 준게

나에게 넌 너무나 먼 길
너에게 난 스며든 빛
언제였나 너는 영원히 꿈속으로 떠나버렸지

나는 보통의 존재 어디에나 흔하지
당신의 기억 속에 남겨질 수 없었지
가장 보통의 존재 별로 쓸모는 없지
나를 부르는 소리 들려오지 않았지


책을 좀 읽고 보니 노래가 다시 보인다. 좀 더 느리게 불렀으면 좋았을 법했다. 어찌 보면 'No surprises'와 비슷하게, 사랑, 이혼, 우울증, 가족력 등 나를 놀래키는 일들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폭풍같이 지나간 일들의 의미를 아직도 모르겠다. 너무 억척스럽게 살았던 게 잘못인 것 같아 나의 한계를 겸손히 인정하고 포기하는 법을 익혀나가는 요즘, 그래도 그나마 기운내서 시도한 일들은 대체 뭘 위해 기운냈는지도 모르겠을만큼 아무 열매도 없다. 우울하고 속상하다.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는 방랑생활 4년차, 이목사님은 지금을 견디고 나면 점점 더 편해질 거라고 위로하셨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벨라가 얼만큼 기도하냐기에, 틈날 때마다 기도한다고 답했다. 사실 틈이 없을 때도 기도한다. 언제나 기도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리해도 앞은 보이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더 큰 그림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더욱 희망도 소망도 없다. 미로에 갇힌 것 같다.

돌이켜보니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지난 해 12월에 나를 휩쌌던 우울감은 언제쯤 내 몸을 떠날까. 해가 짧아지는 것이 싫다, 두렵다. 얼른 부디 제발 여름이 왔으면 좋겠다.
자고 일어나면 아무 놀랄만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평탄하고 순조롭기만 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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