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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감상평

영화 연평해전 감상

  나는 선악구도가 너무 평면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도 악인이 없고 다 불쌍한 작품이 좋다. 왜냐면 세상을 그렇게 보라고 우리가 공부하고 기도하는 삶을 사는 거니까. 나쁜 사람더러 나쁘다고 욕하고 착한 사람더러 착하다고 감탄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남을 아프게 하는 삶을 긍정하자는 것이 아니고 반성과 변화를 촉구하는 방향으로 나가자는 것이다. 그것이 너와 나를 모두 살리는 길이다.

  사실 그래서 선악구도 설정이 너무 심한 액션 영화는 별로다. 세상에 그런 악은 잘 없다(헐리우드 액션영화에 잘 나오는 이라크, 북한, 범죄조직 등등). 어떤 사람은 진짜 의에 주리고 목마를 때 순수악을 타파하고자 하는 분노를 그런 영화에 대입시켜서 해소한다고도 하지만, 나는 오히려 영화를 현실화해서 생각할 뿐 그게 잘 안 된다. ㅋㅋ

  연평해전은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큰 영화다. 연평해전에 나오는 대부분의 희생자들은 피해자다. 피해자를 피해자로 보게 하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을과 병을 싸우게 만드는 구조적 모순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사실 휴머니즘은 남한 사람들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 사람들 사이에도 있다. 이 영화 끝에서 무슨 결론이 나오겠는가. '북진통일' 아닐까? 김정은과 그 일당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는 북한 군인들이 모두 "씨발새끼들"(영화에서 이렇게 말함)이니까. 사실 북한과 남한의 모든 희생양들의 생명을 위해서 우리는 전쟁하지 않는 통일을 꿈꿔야 하는 것 아닌가.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래도 하나님 나라 백성들의 꿈은 이상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또한 여기서 반성도 했다. 특히 나도 일제시대나 조선시대 배경으로 한 작품들에서는 일본사람이라고 하면 무조건 적이고 "씨발새끼들"이라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 그들 사이에도 개인차가 있고 작품마다 묘사되는 것에 차이가 있겠지만 어쨌든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못하고 민족으로 묶어 적으로만 봤던 것을 반성한다.

  창세기를 보면 알겠지만.. 국가와 도시, 남과 나를 인위적으로 구분짓는 경계는 죄의 산물이다. 하나님 나라의 것이 아니다.

 

 

주는 평화, 막힌 담을 모두 허셨네.

주는 평화, 우리의 평화.

 

 

  그리고 국가는 무고한 사람들을 이용해먹는다. 국가에 충성하여 희생당하면 칭송받고, 보상받고, 평생 보장받는다는 이미지를 널리 퍼뜨린다(아, 요새는 참전 베테랑마저도 평생 힘든 삶을 살다 가신 분들의 이야기가 종종 들려오고 있어 정말 안타깝다...) 그런 국가에 의해 목숨을 걸고 군대에 간 이땅의 형제들에게 죄송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안타깝다.

  이번 학기에 공부한 손자병법과 오자병법도 떠올랐다. 끊임없이 전쟁을 대비해야하는 이 상황이 너무 안타깝고, 또 만약 그렇게 해야할 수밖에 없다면 하나님은 이 상황에서 우리를 어떻게 부르시는지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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