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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감상평

헤드윅 2

Hegwig and the angry inch는 불쌍한 헤드윅과, '나쁜'인줄 알았던 '불쌍한' 토미의 이야기이다. 사랑을 위한, 사랑에 의한, 사랑에 대한 아주 특별한 이야기이다.

사실 헤드윅 헤드윅 하지만 생각하는 것만큼 여러 번 본 것도 아니다. 전체를 다 본 것은 서너 번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장면장면과 그들의 이야기를 생각하게 된다. 보는 것보다 묵상을 많이 하게 된다.

헤드윅의 어쩌면 그로테스크한 성적 정체성은 사랑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추상화시키면서도 사랑 이야기의 본질만을 다룰 수 있게 한 장치이다. 헤드윅과 토미가 그냥 평범한 남녀였다면, 토미는 왜 헤드윅에게 놀라고 그를 징그러워했고 충동적으로 떠나야만 했는지 구구절절한 이유를 대야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 이유를 구체화시키지 않았고 그저 '징그러움', '괴물'이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었다. 누군가가 징그러워서 떠난, 그리고 징그럽다는 이유로 버림받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 말이다.

헤드윅에는 악당이 없다. 나는 악당이 없고 모두가 불쌍하게 나오는 영화를 참 좋아한다. 이 영화는 처음에 시작할 때는 '죽일놈'이던 토미를 다시 알아가게 되는 과정이다. 토미는 계속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모두가 사랑했지만 누군가 실수를 했고 누군가 오해를 했다. 그뿐이지, 악은 없다. 애초에 사랑이 있었으면 악당이 있어선 안 된다. 사랑한 한 가해자-피해자 구도가 아니라 모두가 피해자이다. 헤드윅은 각자 어떻게 아팠는지를 잘 그려내고 있다.

요새 들어 불현듯 Wicked little town이 듣고 싶어지는 때가 많다. Wicked little town에서 갇혀 있는 누군가를 어서 데리고 떠나고 싶은 게 내 마음일까 나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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