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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영성

하루하루 해가 뜨는 시간이 빨라진다. 개강할 때는 7시반 정도까지도 해가 안 뜨더니 요새는 6시반에 일어나면 동이 트는 걸 볼 수 있다. 다가오는 봄을 느낀다. 따스한 여름이 벌써 기다려진다.

몸과 마음이 분주했던 하루를 마치고 나에게 익숙한 내음이 나는 집에 와서 따스하게 누런 이케아 전등—엄마가 공수해온 110 볼트짜리—을 켜고, 흐트러진 옷가지와 널부러진 물건들을 제자리에 두고 빨래한 옷을 개고 튿어진 곳을 바느질로 여미고 바닥에 널린 티끌과 머리카락을 주우면 저녁 시간이 다 간다. 나에게 주어진 이곳과 내 마음을 이렇게 차분하게 갈무리하다보면 자연스레 이로부터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게 된다. 그것이 좋다.

내가 간절히 바라던대로 하나님 앞에서—다른 사람에 의존해서가 아니라—새 힘을 찾을 수 있게 되었고, 그건 홀로 되었다는 뜻도 아니고 스스로 완전체가 되었다는 뜻도 아니다. 다만 하나님 앞에 서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그 사실 뿐이다. 생명력을 내 안에서 느낀다. 그런 사그라들지 않는 생명력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한의대 앞 오솔길에 서서 이렇게 추워서야 꽃은 대체 언제 피나 하고 탄식하고 있었는데 문득 앞에 있는 벚나무들을 보니 벌써 가지 끝이 빨갛게 물들어 있어 나를 깜짝 놀랬다. 이렇게 또 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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